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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박성현 광양시장이 7일 밝힌 민생경제 회복지원금 관련 입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추석을 앞두고 시민들이 기다렸을 지원금을 당장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반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명절을 앞둔 지원금은 단순한 몇 푼의 돈이 아니라 얼어붙은 지역 소비를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할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은 듣기 좋은 말을 앞세우지 않았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시 재정을 들여다본 결과 약 650억 원 규모의 재정 적자가 확인됐고, 복지와 안전, 도시 기반시설 유지, 국·도비 보조사업에 따른 시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당장 지원금을 지급할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시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갚아야 할 빚이고, 그 부담 역시 시민과 미래 세대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박 시장의 선택은 오히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당장 시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 개인에게도 정치적으로 손해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광양시에 가장 시급한 일은 새로운 사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 시 재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보다 재정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명절 전에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해 송구하다.”는 사과와 함께 “시 재정을 책임 있게 정상화한 뒤 제 임기 안에 반드시 시민 여러분께 지급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행정 책임자가 시민에게 “지금은 형편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개 행정기관의 설명은 어렵다.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 ‘가용재원 범위에서 추진하겠다’는 식의 표현 뒤에 책임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광양시의 설명은 비교적 분명하다.
지금 재정이 어렵다. 그래서 추석 전 지급은 힘들다. 먼저 재정을 정상화하겠다. 그렇다고 지원금 지급 약속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임기 안에는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런 설명이 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곳간에 돈이 부족한데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보다 곳간 사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당장의 비판이 두려워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쓰는 것보다 왜 기다려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물론 박 시장의 진솔한 설명만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650억 원 규모의 재정 적자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불요불급한 사업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지출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세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작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복지·안전 예산부터 손대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임기 내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이제 시민과의 새로운 약속이 됐다.
오늘의 솔직함이 훗날 변명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재정 정상화 과정과 지원금 재원 확보 상황을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이 보여준 태도는 평가할 만하다.
정치인은 흔히 좋은 소식은 자신이 먼저 알리고, 나쁜 소식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인다. 그러나 시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소식만 들려주는 시장이 아닐 것이다.
형편이 좋으면 좋다고, 어렵다면 어렵다고 말하고, 어려운 이유와 해결책을 시민 앞에 설명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지금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재정을 바로 세워 임기 안에는 반드시 지급하겠습니다.”
박성현 시장의 말을 압축하면 이쯤 될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지켜볼 차례다.
그리고 박 시장도 증명해야 한다. 이번의 솔직한 고백이 순간의 위기 모면이나 전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이 아니라 광양시 재정을 바로 세우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행정의 출발이었다는 것을.
때로는 ‘못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가 ‘해주겠다’는 백 마디 약속보다 더 큰 신뢰를 만든다.
광양시의 이번 선택이 바로 그런 행정의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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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기자 jebo@jijace.com
2026.09.17 (목) 05:32













